치과 원장이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를 읽고 – 직원이 안전해야 소개환자가 나온다

사이먼 시넥의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를 치과 경영에 적용해봤습니다. 안전권, 옥시토신, 코르티솔… 직원이 불안하면 환자에게 줄 친절이 남지 않습니다. 매출보다 안전권이 먼저인 이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4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치과 원장이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를 읽고 – 직원이 안전해야 소개환자가 나온다

치과 원장이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를 읽고 – 우리 병원의 안전권은 몇 점인가

해병대 식당과 치과 원장실의 공통점

사이먼 시넥의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를 읽으면서 계속 치과 생각이 났다. (의외로 전투 이야기가 많은 책인데 말이다.)

미 해병대에는 이런 전통이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최하급자가 먼저 먹고, 최상급자가 마지막에 먹는다. 명령이 아니다. 규정에도 없다. 그냥 그렇게 한다.

치과 원장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원이 먼저 점심 먹게 하라는 뜻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다.) 원장이 편한 것보다 직원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이 순서를 뒤집는 순간, 병원은 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안전권(Circle of Safety) – 우리 병원 직원은 안전한가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안전권'이다. 조직 구성원이 내부에서 서로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 환경.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실수했을 때 숨기지 않고 바로 말할 수 있는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가. 원장에게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가.

솔직히 대부분의 치과에서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예"라고 답하기 쉽지 않다. 원장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뭐,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치과라는 조직 구조 자체가 안전권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원장 1인에게 의사결정이 집중되어 있고, 직원 수는 적어서 갈등이 생기면 피할 곳이 없으며, 인력 교체가 잦아 신뢰를 쌓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우리 병원은 가족 같은 분위기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솔직히 희망사항인 경우가 많다.

시넥은 안전권이 약한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내부에서 서로를 경계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면, 외부 위협에 대응할 힘이 남지 않는다. 치과로 번역하면 이렇다. 직원이 원장 눈치 보느라 에너지를 쓰면, 환자에게 쓸 에너지가 남지 않는다.

네 가지 화학물질 – 병원에서 매일 벌어지는 생물학

시넥이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풀어낸 부분이 생물학이다.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네 가지 화학물질.

엔도르핀과 도파민은 '이기적 화학물질'이다. 개인의 성취와 생존을 돕는다. 오늘 매출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 도파민이다. 문제는 도파민이 중독적이라는 것. 매출 숫자에만 집착하는 병원 문화는 도파민 중독의 전형이다.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은 '이타적 화학물질'이다. 사회적 유대와 신뢰를 만든다. 누군가가 나를 인정해줄 때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병원에 대입해보자. 원장이 직원 미팅에서 "이번 달 매출 1억 5천 달성합시다"라고 말하면, 도파민 회로가 작동한다. 단기적으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만, 매달 반복되면 중독이 된다. 숫자를 못 맞추면 불안하고(코르티솔), 맞추면 잠깐 기쁘다가(도파민) 다시 다음 달 숫자를 걱정한다.

반면 원장이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라. "지난주에 김 실장이 환자 컴플레인 처리한 거 봤는데, 정말 잘했어요. 환자분이 나중에 따로 전화까지 하셨더라고요."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그리고 그걸 지켜본 다른 직원들에게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시넥이 말하는 '목격 효과'다.)

어떤 쪽이 더 오래 가는 동기부여인지는 뻔하다.

코르티솔 – 치과 직원이 항상 불안한 이유

이 책에서 가장 소름 돋았던 부분은 코르티솔에 대한 설명이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화학물질이다. 원래 위험이 지나가면 사라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 직장에서는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분비된다. 시넥은 이걸 에베레스트 등반에 비유한다. 건강하지 못한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고산병에 적응하는 것과 같다. 본인은 괜찮다고 느끼지만, 몸은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

치과 직원의 만성 코르티솔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떠올려봤다.

원장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 환자 컴플레인이 왔을 때 "왜 이렇게 처리했어?"라는 추궁. 실수를 보고하면 혼나니까 숨기는 문화. 갑자기 그만두는 동료,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압박.

시넥은 말한다. 만성 코르티솔은 옥시토신 분비를 억제한다고. 즉, 직원이 만성적으로 불안하면, 환자에게 진심 어린 친절을 베풀 여유가 없다. 친절한 '척'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는 그 차이를 느낀다. (그리고 그 차이가 소개환자 수에 반영된다.)

밥 채프먼의 깨달음 – 직원은 누군가의 아들딸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배리웨밀러의 CEO 밥 채프먼이다. 그는 딸의 결혼식에서 깨달았다. 신랑 아버지가 딸을 사위에게 맡기는 순간, 그 신뢰의 무게.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 직원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다."

이 문장을 읽고 한참 생각했다. 아침에 출근하는 우리 병원 직원들. 누군가는 아직 어린 딸이 있고, 누군가는 결혼을 앞두고 있고, 누군가의 부모님은 자식이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안심하고 있다.

채프먼은 이 깨달음 이후 출퇴근 카드를 없앴다. 창고 자물쇠를 열었다. 업무 시작 벨을 제거했다. "직원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직원에게 신뢰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매출은 5,500만 달러에서 9,500만 달러로 뛰었다.

치과에서 이걸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원장이 없을 때도 직원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진료실 CCTV로 감시하는 대신, 진료 후 리뷰 미팅에서 함께 배우는 것. 실수를 추궁하는 대신, 실수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신뢰가 먼저다. 성과는 그다음이다. 순서가 중요하다.

3M과 포스트잇 – 치과에서 혁신이 나오려면

3M의 포스트잇 탄생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과학자 스펜서 실버가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다 약한 접착제를 만들었다. 보통 회사라면 이건 실패다. 하지만 실버는 이 실패를 숨기지 않고 동료들과 공유했다. 몇 년 후 아트 프라이가 교회 성가대에서 책갈피가 자꾸 떨어지는 것에 짜증을 내다가, 실버의 약한 접착제를 떠올렸다. 포스트잇이 탄생했다.

3M 특허의 80% 이상에 발명가가 2명 이상 등록되어 있다. 혁신은 천재 한 명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에서 나온다.

치과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이 "원장님, 이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환자 동선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데스크 직원에게서 나올 수 있다. 상담 멘트를 개선하는 아이디어가 실장에게서 나올 수 있다. 진료 프로세스를 단축하는 아이디어가 보조 직원에게서 나올 수 있다.

그런데 그러려면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냈다가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말을 들어도 안전한 환경. 즉, 안전권이다.

원장이 마지막에 먹는다 – 실천 포인트

이 책을 읽고 당장 병원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봤다.

첫째, 인정의 언어를 일상에 넣어라. 매출 숫자를 칭찬하지 말고, 구체적 행동을 칭찬해라. "이번 달 매출 잘했어요"가 아니라 "어제 급환 들어왔을 때 준비 빨리 해준 거 덕분에 환자분 고통 시간이 줄었어요." 세로토닌이 흐르는 조직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둘째, 실수 보고 시스템을 바꿔라. 실수를 보고하면 혼나는 구조에서, 실수를 보고하면 함께 해결하는 구조로. "누가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시스템의 어디가 문제였느냐"를 묻는 것. 이것 하나만 바꿔도 병원의 코르티솔 수치가 확 내려간다.

셋째, 직원과 1:1 시간을 확보해라. 시넥은 악수 한 번, 짧은 대화 한 번이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고 말한다. 원장이 매일 진료에만 몰두하다 보면 직원과 인간적 접점이 사라진다. 주 1회, 10분이라도 직원 한 명과 1:1로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어라. 업무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라.

넷째, 회의에서 원장이 마지막에 말해라. 원장이 먼저 의견을 내면 직원은 거기에 맞추려 한다. 직원이 먼저 말하게 하고, 원장은 마지막에 종합하라. 이것이 '리더가 마지막에 먹는다'의 회의 버전이다.

마무리 – 마케팅은 설렁탕에 뿌리는 후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 있다. 마케팅은 설렁탕에 뿌리는 후추라는 것.

블로그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인스타그램 릴스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환자가 병원에 와서 느끼는 분위기가 코르티솔 가득한 조직의 그것이라면 소개환자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직원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서로를 신뢰하고, 환자에게 진심 어린 친절을 베풀 여유가 있는 병원은 마케팅 없이도 소개환자가 늘어난다.

안전권이 먼저다. 매출은 그다음이다.

원장이 마지막에 먹어야, 직원이 먼저 환자에게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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